부자나라와 가난한나라

헝가리에서 일년반 살면서 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있을때는 “선진국 = 잘사는 나라 = gdp높은나라”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gdp순위를 찾아보며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뿌듯해 하곤 했었다.

한국에서는 나도 모르게 나의 사회적 지위를 직장과 월급에 두었다.

좋은 직장, 많은 월급을 받기위해 노력했고, 끝내 좋은 회사에 입사하여, 급여도 동업계 상위 수준을 받게 되었다.

그러면, 나는 당연히 행복해질 줄 알았다.

내가 생각한 자리에 올랐으니 당연히 행복해져야 하는데, 반대로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프로그램을 만들때 느껴지는 창조의 기쁨이 나를 밤새게 했고,

열심히 노력하여 실력자가 되고, 그 실력으로 주위 사람들을 도우며 인정받을 때 나의 존재가치를 느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런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 없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것이 중요했으므로,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기가 힘들었다.

(새로운 기술에 위험이 없다는것을 증명한다면 도입가능했었을 것이나, 그 “증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내 생각을 녹여넣을 기회는 생각만큼 많지 않았고,

단지 “보다 안전한 코드”라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더 나은 기술에 대한 고민은, 현실을 보다 개선시키고, 미래를 보장한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에서,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노력에 대해 인정받기는 힘든 일이었고,그렇기 때문에 나또한 슬슬 “더 나은것”에 대한 욕심에서 멀어져 갔다.

나는 점점 월급받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알맹이가 빠진 생활은 , 그 허망한 느낌때문에, 다른 해소방법을 필요로 했다.

하여튼, 그때의 나는 기대했던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이곳 헝가리,

한국의 기준으로는 가난한 나라, 못사는 동유럽의 소국이다.

나또한 그리 생각했고, 실제 gdp수준이나, 급여수준이 한국에 비해 안습이다.

한국은 2만6천불 수준인데비해, 이곳은 겨우 1만3천불 즉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급여는 더욱 심한데, 절반 수준의 급여에서 40% 정도의 세금을 떼고나면 실수령액은

3분의 1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같이 일하러 나가도 둘이 합쳐 백만원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가가 그에맞게 싼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체감적으로 한국의 3분의 2는 된다.

즉, 수입대비 물가수준은 한국보다 더 힘든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 사람들은 적어도 20~30평 아파트나 2~3층 짜리 개인주택을 소유하고,

2~3대의 자가용을 굴리고,

철마다 휴가를 떠나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거의 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그에대한 합당한 보수는 반드시 받는다)

이게 과연 “못사는”,”가난한” 사람들인가 ?

한국에서는 하루 24시간중 자는시간만 빼고 노력해도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여기사람들은 훨씬 적은 돈으로, 훨씬 적은 노력으로 누리고 있다.

이런 “가난”이라면, 좀 “가난”해 져도 상관 없지 않을까?

혼란 스럽다.

우리나라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헝가리가 뭔가 특별한 것일까?

아마 둘다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집, 음식, 교육, 의료에 들어가는 돈이 대단한 수준이다.

나의 경우는 여기에다가 술과 친구들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났었지만…

헝가리에서는 위 사항에 대해서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독일식 복지모델을 도입하여 교육(대학까지)과 의료는 무상이고,

집값은 3분의 1 수준(월세는 3분의 2 수준)

식재료는 3분의 1 수준이다.

가족끼리 주로 시간을 보내므로 외식을 많이 안하니, 외식비도 거의 들지않고,

애인을 만나도 남자 혹은 여자 집에서 만나고 거기서 잔다.(호텔 모텔비가 들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면 술집에서 만날때도 있지만, 집에 모이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널찍한 집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부를 과시하거나, 명품을 뽐내는것을 저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치하지 않으므로, 그에따른 소비도 별로 없다.

(우리나라도 imf 이전에는 부자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었다.)

즉, 저런 곳에 쓰는돈이 얼마없으니, 적은 월급가지고, 더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이곳에 비해 “부자”나라이다. 다만 그 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한국이 이랬으면 좋겠다.

타인과 비교하고, 집단안에서 우위를 점하는게 중요한 사회풍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개인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개인을 절대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보편적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것이 더 가치있는 인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것을 모두 공감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신뢰를 깨뜨리는 사람(사기꾼등)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이런 풍토가 자리잡은 다음에야 실제적인 조치가 효과가 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여,  학생 빚쟁이를 만들지 않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생활에 근본이 되는 집을, 돈이 없어서 못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집을 사고 팔아서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투기세력이 붙고,

그들이 이익을 볼때, 일반인들은 평생의 노동력을 담보 잡혀 스스로 노예가 되지 않는가?

 

 

 

헝가리 첫인상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헝가리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다.

아이리스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동유럽의 한 나라구나..

아직 북한이랑 긴밀하게 교류하는 나라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을 뿐이었다.

동유럽이면 못사는 나라잖아… 물가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겠지? 1/10 아니면 1/5 정도?

그렇게 이 나라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던 내가 특별한 인연으로 작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사람의 앞일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쨋든, 이곳에 첨 왔을때 인상은 참으로 난감했다.

그게 제작년 9월 그러니까 2013년도 가을 이었는데, 대략 10시간을 날아 독일에 도착한 다음 3시간정도를 기다린후 다시 2시간을 날아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밤 9시경에 공항에 떨어지니 참으로 막막하더이다.  공항을 나서니 밤 10시쯤.. 버스고 뭐고 간에 밤이니 택시가 장땡이란 생각에 택시를 타고 예약해둔 호텔로 이동을 했었더랬지요. 물론 일반 택시는 바가지의 위험이 있어 공항이랑 연계된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그려.

나는 한국사람이지요. 대다수 만난 백인은 미국인이지요. 미국인은 하얗게 생기고 영어로 쏼라쏼라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이곳 헝가리 사람들은 미국사람이랑 똑같이 백인. 분명히 영어를 잘할 것 처럼 생겼는데, 영어가 아닌 다른 말로 쏼라쏼라.. 영어못하는 백인이라니… 택시기사님이 영어를 못했습지요. 문화컬쳐의 충격적 쇼크였지요.

택시는 휑하니 암것도 없는 도로를 한참 달리더니, 드디어 도심으로 진입했습니다.도로는 한국보다 좁고 어둡더이다. 신호등은 가로가 아니라 세로더이다.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택시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더이다. 네이게이션도 생전 첨 듣는 말을 쏼라쏼라 하더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밤 10시면 도심전체가 죽은듯 어둡고, 다니는 사람도 얼마 없었지요. 호텔마저도 무슨 슬럼가로 가는지 컴컴한 골목을 한참 돌더니 도착했었지요.

다행히 호텔사람들은 영어를 할줄 알았습니다.
짐을 부리고, 그래도 첫 유럽여행이라고 유럽의 느낌을 느껴보고자 밤 11시도 넘은 시각에 호텔밖으로 나왔지요. 진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모두 불꺼져있었고, 간혹 좀비같은 인간들이 돌아다닐뿐.. 카운터양반한테 물어서 알아본 수퍼마켓은 10분거리인데, 불꺼진 골목길을 이리돌고 저리돌아 겨우 발견했습니다. 근데 술을 안팔더군요. 10시가 넘으면 못판다고.. 쩝.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묵었던 호텔은 서울로 따지면 대방동 쯤 되는 곳이었죠.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으로 예약한 곳이었으니…
실제로 부다페스트의 중심가, 그러니까 서울의 종로나 강남같은곳은 따로 있었고 그곳은 호텔비가 비싸다는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나는 말하자면, 외국인이 서울의 대방동쯤을 실컷 헤메다가 서울이 듣던것과 다르게 많이 후진도시구나 라고생각하는 상황이었던 거죠.